“달리는 좀비의 진화”…대니 보일·킬리언 머피, ‘28년 후’ 3부작→좀비 영화 판도 바꾼다 #대니보일 #28년후 #킬리언머피
긴장을 머금은 얼굴, 붉은 비명이 흐르는 도시의 공기. 대니 보일은 서늘한 눈빛으로 카메라 넘어의 세계를 지켜본다. 20여 년 간 끊이지 않았던 팬들의 사랑, 그 안에서 좀비는 다시 달리고, 시간은 또 한 번 뒤집힌다.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알렉스 가랜드의 대본. 한 장면, 한 숨결이 촘촘히 얽혀 있다. 800만 달러의 기적은 한 줌의 빛으로 퍼져, 이제 더 크고 넓은 세계를 그려낸다. 울컥한 감정 속, 관객은 무너진 영국의 풍경 한편에서 다시 긴 호흡을 시작했다.
“달리는 좀비의 진화”…대니 보일·킬리언 머피, ‘28년 후’ 3부작→좀비 영화 판도 바꾼다
2003년 개봉한 ‘28일 후’는 달리는 좀비라는 파격적 설정으로 장르의 판도를 바꿨다. 이 영화는 전지구적 재난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새벽의 저주’ 시리즈, ‘월드워Z’, ‘부산행’ 그리고 TV 시리즈 ‘워킹 데드’와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후속 좀비물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19일 공개되는 ‘28년 후’는 ‘28일 후’의 진정한 후속작으로 주목받는다. 2007년 ‘28주 후’가 등장했으나, 많은 팬들은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작가가 다시 직접 손을 잡은 신작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두 사람은 본토에서 고립된 영국, 그곳의 섬 홀리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28년이 흘렀음에도 식지 않은 바이러스의 위협과 인간의 여정을 다시 그려나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성인식을 준비하는 12살 소년 스파이크가 있다. 감염자 사냥을 위해 아버지와 본토를 건너던 중, 아픈 엄마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극 초반 좀비들의 추격, 그리고 홀리 아일랜드로의 숨 가쁜 도주는 새로운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기존의 달리는 좀비에 더해, 사냥을 하고 기어다니는 감염자, 지능과 초인적 힘을 동시에 지닌 리더 좀비가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에 대해 대니 보일 감독은 “수많은 좀비물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위해, 새롭게 선보일 수 있는 요소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촬영 방식 역시 변화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이전 작품에서는 빈티지 디지털 캠코더를 활용했으나, 이번에는 2.76대1의 특별한 화면비에 더해 아이폰15MAX 등 스마트폰을 동원한 촬영이 일부 장면에 적용됐다. 대니 보일 감독은 와이드한 화면이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스마트폰 다수의 동시 촬영은 감염자의 폭력성을 더욱 리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좀비 유형에 대해 보일 감독은 “바이러스가 영국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감염자도 진화의 길을 걷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제작 규모도 눈길을 끈다. 전작이 800만 달러 제작비로 75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면, ‘28년 후’는 7800만 달러 투입에도 할리우드 기준에서는 저예산 영화에 가깝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추구하는 ‘가성비’와 장르 팬들의 ‘가심비’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28년 후’는 3부작 시리즈로 기획됐다. 2편 제작이 이미 마무리돼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고, 3편은 현재 촬영 준비 단계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인물은 배우 킬리언 머피다. ‘28일 후’의 원조 주인공이자, 최근 ‘오펜하이머’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킬리언 머피는 이번 시리즈에서도 제작자로 참여해 2편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 3부 전체의 흐름을 이끌 예정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2편 마지막 부분에서 킬리언 머피의 등장이 인상적이었다. 1편이 가족의 본질을 말한다면 2편은 악의 본질을 다룬다”며 “3편에서 머피가 시리즈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식지 않은 팬들의 열정, 그리고 변화하는 좀비의 얼굴과 인간 본성의 질문은 다시 관객 앞에 선다.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작가는 3부작 프로젝트를 통해 장르의 뿌리를 뒤흔들 독창성을 예고했으며, ‘28일 후’가 그랬던 것처럼 ‘28년 후’도 또 한 번 세계를 달리게 할 준비를 마쳤다. 19일 극장에서 공개될 ‘28년 후’는 오래 기다렸던 팬들의 심장에 새로운 긴장감과 상상력을 심어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