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최형우, 41세에 지명타자 부문 정상 #최형우 #삼성라이온즈 #KBO골든글러브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가 조용해진 순간, 시상대 위에 선 최형우의 입에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이름이 하나씩 흘러나왔다. 양현종, 고종욱, 김선빈, 김태군, 나성범으로 이어진 호명은 잠시 멈췄고, 최형우는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이름을 이어갔다.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호명된 뒤였다.
최형우는 이날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여러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1983년 12월 16일생인 최형우는 41세 11개월 24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아울러 유효표 316표 중 309표를 얻어 득표율 97.8%를 기록하며 이번 시상식 전체 득표율 1위에도 올랐다.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최형우, 41세에 지명타자 부문 정상 / 연합뉴스
그러나 최형우의 첫 감정은 기록 달성의 기쁨보다 미안함에 가까웠다. 단상에 오른 최형우는 2017년부터 8시즌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KIA 타이거즈 시절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마음을 전했다. 최형우는 “양현종이, 고종욱이, 김선빈이, 김태군이, 나성범이”라고 언급하며 말을 멈췄고, 잠시 후 다시 이름을 불렀다.
이어 최형우는 “너희들 모두 다 내게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했는데, 아니야. 내가 그동안 더 고마웠어”라고 말하며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웃으며 만날 날이 올 거야”라고 전했다. KIA에서 보낸 8시즌에 대한 애정과 이별의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낸 대목이었다.
최형우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기간 2년,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액 26억원에 계약했다. 2002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삼성에서 활약했던 최형우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KIA에서 전성기를 이어간 뒤 9년 만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삼성과 계약서를 썼던 날 2시간 동안 울었다고 밝힌 최형우는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복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형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KIA 후배들의 이름을 다시 한명씩 불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느낌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이며 삼성 복귀와 KIA와의 이별이 뒤섞인 심경을 전했다.
마음속 깊은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최형우는 새 시즌에는 선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최형우는 “난 매년 나이라는 단어와 싸우고 있다”며 “작년에도, 올해도 나이와 싸움에서 이겨냈기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나이와의 싸움을 언급하며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한 의미를 짚었다.
또한 최형우는 삼성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최형우는 “많은 삼성 팬은 내가 나이 먹고 돌아왔다고 걱정하시는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하게 몸 관리 잘해서 좋은 성적 내겠다”고 다짐하며 베테랑 타자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꾸준한 기량 유지의 비결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세월이 흘러도 실력을 유지하는 배경을 묻자 최형우는 “매일 경기가 끝나면 경기 성적과 기록은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매일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기에 버티는 힘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정신적인 리셋과 준비 과정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는 욕심 대신 하루하루를 향한 태도를 드러냈다. ‘앞으로 몇 살까지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나’라는 질문에 최형우는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저 매일매일 주어지는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혀 나이보다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남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형우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 시상식 득표율 1위라는 기록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동시에 삼성 복귀를 앞두고 KIA에서 함께한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최형우는 나이와의 싸움, 매일 기록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는 루틴을 언급하며 새 시즌에도 중심 타자로서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