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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과 경남,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1주일 동안 발생한 산불이 여전히 확산 중이며, 역대 최악 수준의 피해를 낳고 있다. 강풍과 고온, 극심한 건조라는 삼박자가 겹친 이번 산불은 초기에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 채 수십 ㎞ 떨어진 지역까지 번지며 인명과 재산 피해를 키우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초속 1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빠르게 확산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내륙뿐 아니라 동해안 지역까지 피해를 입혔다. 특히 시간당 8.2㎞라는 이례적인 속도로 번져나가며 피해 지역은 지리산국립공원과 주왕산국립공원 일부까지 확대됐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인근까지 접근한 상태다.
같은 시기 울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엿새 만에 진화됐지만, 931㏊에 달하는 피해 면적으로 지역 역대 최대 산불피해 기록을 경신했다. 경남 산청에서 발화된 산불 역시 하동과 진주까지 번졌으며, 현재까지 1천740㏊의 산림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불은 비화(飛火) 현상으로 인해 불티가 민가와 산림에 날아가 또 다른 화선을 형성하며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당국이 진화 작업을 마친 구역 외곽에서도 새로운 산불이 재차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나무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도깨비불' 현상이 수시로 목격되며,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 북부권 산불은 2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3만5천697㏊에 달하는 산불영향구역을 기록했고, 이는 지난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 당시의 피해 면적을 넘어선 수치다. 아직 진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강풍의 방향에 따라 울진 등 동해안 원전 단지와 금강송 군락지로 확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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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작업은 매일 인력과 헬기, 장비가 동원되고 있으나, 가파른 지형과 누적된 피로, 헬기 추락사고 등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6일에는 경북 의성 신평면에서 진화작업 중 헬기 1대가 추락해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현재까지 경북 5개 시군에서 주민 등 23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일부는 대피 중 차량 폭발이나 연기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산청에서는 진화작업에 투입됐던 산불진화대원과 인솔 공무원 등 4명이 사망했고, 5명이 화상을 입었다.
재산 피해 역시 심각하다. 주택과 공장을 포함해 건축물 2천572건이 피해를 입었고, 어선과 양식장, 고속도로 휴게소도 불에 탔다. 경북과 경남 지역에서 각각 3만3천여 명과 1천6백여 명이 대피 중이며, 체육관 등 임시 시설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경북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과 경남 산청, 하동, 울산 울주군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당국은 진화율을 높이기 위해 매일 헬기와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나, 악조건 속에서 진화율은 의성·안동 60%, 영덕 55%, 영양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상 여건도 여전히 불리하다. 27일 의성 일대에 소량의 비가 내렸으나 산불 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고, 28일부터는 건조한 북서풍이 유입될 것으로 예보돼 진화 작업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산불 사태를 계기로 전문가들은 강력한 초기 대응이 가능한 상시 체계 구축과 전문 진화인력 확보, 내화수림대 조성 등을 포함한 대응 시스템의 전면 개편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