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경기 13골 12도움”…이동경, 9위 울산에서 사상 첫 4연속 MVP 완성 #이동경 #울산HD #KL1MVP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을 가득 채운 조명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상식장 무대에 시선이 집중됐다.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K리그1 최우수선수상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군 팀 김천 상무에서 맹활약한 뒤 친정 울산 HD로 복귀한 공격수 이동경이 36경기 13골 12도움으로 표심을 잡으면서 생애 첫 K리그1 MVP를 품에 안았다.
이동경은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2025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동경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K리그1 MVP를 수상하며 개인 최고 영예를 누렸다.
“36경기 13골 12도움”…이동경, 9위 울산에서 사상 첫 4연속 MVP 완성 / 연합뉴스
울산 HD는 이동경의 수상으로 사상 처음 4년 연속 K리그1 MVP를 배출했다. 울산 HD는 통산 8번째 시즌 MVP 수상자를 내며 K리그 출범 이후 최다 MVP 배출 구단에 올랐다. 울산 HD는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전북 현대, 성남FC(일화 시절 포함·이상 7회)를 제치고 해당 기록을 작성했다.
울산 HD는 이전에도 김현석(1996), 이천수(2005), 김신욱(2013), 김보경(2019), 이청용(2022), 김영권(2023), 조현우(2024)를 통해 K리그1 MVP를 배출했다. 이동경이 8번째 울산 HD 소속 MVP로 이름을 올리면서 울산 HD는 리그 대표 스타 산실로서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동경은 역대 최저 순위 팀 소속 K리그1 MVP로 기록됐다. 울산 HD는 올 시즌 K리그1 4연패 도전에 나섰지만 추락을 거듭한 끝에 강등권 바로 위인 리그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동경은 팀 순위 열세 속에서도 개인 퍼포먼스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MVP 투표에서 최종 선택을 받았다.
종전 역대 최저 순위팀 MVP는 2016년 K리그1 8위 광주FC 소속 공격수 정조국이었다. 하위 스플릿(파이널B) 팀에서 MVP가 나온 사례는 정조국이 처음이었다. 이동경은 정조국 이후 가장 낮은 순위 팀 소속 MVP로 기록되며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우승팀이 아닌 구단에서 K리그1 MVP가 배출된 것은 2019년 울산 현대 소속 미드필더 김보경 이후 6년 만이다. 김보경이 수상했던 당시 울산 현대는 전북 현대와 승점이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1골이 뒤져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이동경의 수상은 우승팀 독식 기조를 벗어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동경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36경기 13골 12도움을 기록했다. 공격포인트 25개를 쌓으면서 리그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린 선수로 집계됐다. 공격 지표에서도 독보적인 수치를 보였다. 이동경은 슈팅 115회, 키패스 71회를 기록해 각각 리그 1위에 올랐다.
이동경은 시즌 대부분을 김천 상무에서 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동경은 김천 상무 소속으로 34경기에 출전해 13골 11도움을 올리며 군 팀 김천 상무의 2년 연속 군 팀 역대 최고 성적인 3위 달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어 10월 말 전역 후 울산 HD로 복귀해 2경기에서 1도움을 기록하며 공격 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동경은 정규리그 36라운드 수원FC와 홈경기에서 갈비뼈를 다치는 부상을 입고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이동경은 해당 경기 이후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시즌 전체에 걸쳐 보여준 지속적인 활약과 투혼이 표심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K리그1 MVP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 취재기자, 해설위원 등으로 구성된 후보선정위원회가 3명의 최종 후보를 추린 뒤 각 구단 감독, 주장, 미디어 투표를 합산해 선정한다. 구단 감독 투표 비중은 30%, 주장 투표 비중은 30%, 미디어 투표 비중은 40%다.
이동경과 MVP를 놓고 경쟁한 후보는 전북 현대 미드필더 박진섭과 수원FC 공격수 싸박이었다. 세 선수는 시즌 내내 중심 역할을 맡으며 팀 성적과 경기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은 이번 시즌 K리그1 35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박진섭은 전북 현대 중원을 지탱하는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고, 주장으로서 선수단 구심점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원FC 공격수 싸박은 2025시즌을 통해 처음 한국 무대에 섰다. 싸박은 K리그1 34경기에 출전해 17골 2도움을 올렸고, 17골을 기반으로 득점왕 타이틀도 가져갔다. 공격 포인트와 골 결정력 부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MVP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표심은 이동경에게 쏠렸다. 이동경은 구단 감독 투표에서 박진섭과 같은 5표를 얻었다. 이어 주장단 투표에서는 8표를 획득했고, 미디어 투표 134표 가운데 71표를 얻었다. 전문 투표단은 팀 순위와 무관하게 이동경의 시즌 퍼포먼스를 높게 평가했다.
투표 결과를 환산한 점수에서도 격차가 드러났다. 이동경은 환산점수 53.69점을 기록하며 K리그1 MVP 수상자로 확정됐다. 박진섭은 35.71점을 얻어 2위에 자리했다. 싸박은 10.6점에 그치며 최종 3위로 집계됐다.
이동경은 이날 K리그1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도 선정됐다. 베스트11 수상과 MVP 수상에 이어 아디다스 포인트 대상까지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공격 지표 전반에 걸친 활약이 복수의 상으로 이어졌다.
아디다스 포인트는 득점, 페널티킥, 도움, 실점 등 공식 기록과 드리블, 키패스, 크로스, 태클, 인터셉트 등을 종합한 선수 퍼포먼스 지표다. 이동경은 득점과 도움, 슈팅, 키패스 등 다방면에서 리그 최상위권 수치를 기록해 대상 수상에 성공했다.
올해 K리그1 감독상은 전북 현대를 2021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10번째 정상으로 이끈 거스 포옛 감독에게 돌아갔다. 포옛 감독은 75.63점을 획득해 대전하나시티즌을 창단 첫 시즌 준우승으로 이끈 황선홍 감독과 FC안양을 K리그1 승격 첫해 8위로 안착시킨 유병훈 감독을 제쳤다.
포옛 감독은 감독상 투표에서 황선홍 감독(15.19점), 유병훈 감독(9.18점)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전북 현대는 지난 시즌 리그 10위에 머문 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며 가까스로 1부 잔류에 성공한 구단이었다.
전북 현대는 지난해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시즌 전 거스 포옛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포옛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팀 전술을 재정비하며 승점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전북 현대는 올 시즌 23승 10무 5패, 승점 79점을 기록하며 K리그1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 현대는 파이널 라운드(34∼38라운드)에 돌입하기 전인 33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파이널 라운드 진입 전 이미 정상 등극을 마무리할 만큼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과 승점 차는 14점(전북 현대 79점, 대전하나시티즌 65점)으로 벌어졌다.
외국인 지도자의 K리그 감독상 수상은 6년 만이다. 외국인 감독으로는 베르탈란 비츠케이(헝가리·1991년 대우), 세르지오 파리아스(브라질·2007년 포항 스틸러스), 조제 모라이스(포르투갈·2019년 전북 현대)에 이어 거스 포옛 감독이 네 번째 이름을 올렸다.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은 강원FC 미드필더 이승원의 몫이었다. 이승원은 2003년생으로 만 22세 선수다. 영플레이어상은 23세 이하, K리그 출장 연수 3년 이내, 해당 시즌 절반 이상 경기에 출전한 국내 선수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강원FC는 지난해 미드필더 양민혁(현 포츠머스)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했다. 강원FC는 유망주 발굴과 육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갔다.
이승원은 영플레이어상 투표에서 66.87점을 획득해 서울 소속 황도윤(19.66점), 안양 소속 채현우(13.47점)를 크게 제쳤다. 이승원은 시즌 내내 꾸준한 출전과 안정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승원은 2023년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3골 4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대회 브론즈볼을 수상하며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했다.
2023년 강원FC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승원은 초반에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승원은 경기 감각과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지난해 4월 김천 상무에 입대했다. 김천 상무에서의 기간 동안 출전 시간을 늘리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승원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32경기 1골 6도움을 기록했다. 이승원의 활약에 힘입어 김천 상무는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갔다. 전역 후 강원FC로 복귀한 이승원은 복귀 이후 3경기에 출전하며 팀 전력에 합류했다.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는 이동경의 3관왕, 거스 포옛 감독의 감독상, 이승원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이 겹치며 각 부문에서 새로운 스타와 지도자가 재조명됐다. 울산 HD, 전북 현대, 강원FC, 김천 상무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시즌 성과를 드러내며 다음 시즌 경쟁 구도에도 관심을 모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