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백온
whiteon.bsky.social
서백온
@whiteon.bsky.social
에러 뜬 종이 / 그저 끄적이다 널브러진 종이 한 장
트위터, 블스 문화 모릅니다.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 매우 건강하다. 작은 키에 비해 상당히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다.
- 무엇을 이유로 J과 만나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려고만 하면 (검열).
- "어, 잠시만 J형! 뭐야, 또 방전된 거야? (바람 가르는 소리) 형, 안 들려? (웅얼거리는 소리) 아, 잠시만요. 이 형 좀 챙기고 다시 설명해요. 네? 어떻게 알았냐고요? (검열)(검열)(검열)!"
-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설령 그의 물건으로 건진 정보가 아니라도.
December 29, 2024 at 12:50 PM
"들키지 말고, 이따가 얘기해."
"뭔…."
"지금 훈련시간이니까, 이따가 내 방으로 와."
"형은 아는 거지? 이 현상에 대해서."
"아니?"
"그럼 왜 이렇게 절박한 표정으로 있는 건데."
"정부군에게 죽기 전에 누구들한테 먼저 죽게 생겼으니까. 당연한 감정이지 않을까, L아?"
"…아, 하? 잠시만, 그럼 나도 X됐다는…."
"그걸 이제야 깨닫냐. 빨리 숨기기나 해."
나는 가본다. 알아서 처신 잘 해. 그렇게 가버렸다. 다시 뒤돌아볼 새도 없이 후다닥. 이게 바로 고양이의 습성이라는 건가. L은 멍하니 뒷모습을 응시했다.
December 22, 2024 at 9:44 AM
휙.
"뭐하는 거야! 형! 설명 좀 하고 행동을…!"
은밀기동대랍시고 주저하지 않는 은밀함이 L의 반대 팔을 부리나케 걷었다.
"무슨… 형."
흉터. 가지각색의 흉터. 보랏빛에서부터 초록빛으로 끝마치는 기괴한 흉터들. 총상과 더불어 찰과상, 어쩌면 살갗을 깊숙하게 파고들었음을 증명하듯 굵고 깊은 모든 것들이 그의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지냈던 그의 팔에. 모두 각인되어 있었음을, 두 사람은 알 수 있었다. 툭, 하고 거칠게 쥐었던 L의 팔을 던지듯 풀었다. 제정신이 아닌 호흡을 본 상태로 되돌릴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December 22, 2024 at 9:38 AM
L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했잖아. 형이랑 똑같은 흉터가 있다고. 없었는데 오늘 보니까 생겼더라. 아직까지 남의 흉터가 다른 상대에게 옮겨간다는 부작용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나중에 O형이랑 찾아보면 되는 일이고. 시뻘개진 볼에 창백해진 피부를 자랑하는 리더 앞에서 주절주절 언변을 늘어놓았다. 몇 개의 단어라도 건져가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리더의 표정은 변함없이 무언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는 표정, 그러니까 두려워하는 표정이 생생했다. 대체 무엇이? L의 손이 J의 눈 앞에서 흔들렸다. 정신 차려봐, 형. 형은 뭔가 알고 있나?
December 22, 2024 at 9:32 AM
쉬이 의심을 거를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밀단속기관장으로서의 사명을 저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사용하게 된 것은 심히 유감이라 생각했다. 엉거주춤 뒤로 물러나려는 J의 어깨를 움켜쥐고서 자신의 팔뚝을 거침없이 걷었다. 숨이 막혀 기도가 제 쓸모를 다하지 못하는 소리. 이럴 리가 없다는 듯이 정처없이 휘둘리는 동공. 혁명군 리더라는 수식어와는 다르게 갑작스레 무너지는 형식상 표정이 뒤틀리다 못해 액체처럼 흘러내렸다.
"…단검으로 그어지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나?"
"형?"
"말이 안 되잖아."
"그건 나도 충분히 아는 사실이야."
December 22, 2024 at 9:28 AM
그러나 여느 때와 같이 듣고 싶은 것만 걸러 듣는 혁명군의 고양이는 이번에도 L의 충고를 제대로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특히 의무실과 같은 치료와 관련된 대화에 대해서는 저 빌어먹을 고질병이 심각해지는 것이 다반사였고. 근데 너는 어쩌다가 그렇게 다쳤어? G가 너한테 폭탄이라도 휘둘렀으면 유감이다야. 충분히 답을 해주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입술이 새어나오는 공기 없이 뻐끔거리기를 반복했다. 갈 곳 잃은 동공이 도르륵 돌아가 다시 제 창백한 팔뚝을 향한다. 도통 어울리지 않게 굵직하게 덧발라진 어두운 선. 아무리 봐도 같은데.
December 22, 2024 at 9:24 AM
"뭐, 팔에 뭐 묻었냐? 방금 수건으로 한 번 닦고 왔는데."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흉터."
"흉터는 생길 수도 있지. 전투가 하루이틀도 아니고."
J의 팔이 본인의 새하얀 눈으로 향했다. 길죽한 지렁이 모양의 흉터가 들어온 동공이 심히 흔들린다. 한껏 찌푸려진 눈. 생각보다 징그럽게 그어졌네. 별 수 있겠어, 와 같은 무덤덤한 반응을 이어다가 다시 L을 응시한다.
"많이 징그러웠어?"
"형이 다친 곳이랑 같은 곳에 나도 흉터가 있어서. 똑같은 모양이."
"너도 다쳤어? O형한테 가지, 임마."
"아니, 뭔… 형이나 가."
December 22, 2024 at 7:42 AM
평소에 하지도 않던 칭찬까지 해주고. J는 사근사근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의 등을 팡팡 때렸다. 뭐야, 이 기분 좋아진 고양이는. L 또한 피식 김 빠진 소리를 흘려보내고서 서류를 귀찮다는 듯 흔들었다. 아무튼 제 할 일 하고 가겠다는 나름의 표시임에 J는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에게 맞고 쓰러지지나 말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내뱉으며 손을 흔들었다지. 땀에 축 늘어진 흰 팔이 좌우로 내저어졌다. 흰 팔 사이를 가로지르는 흉터 하나와 함께. 꽤 오래돼 보이는 상처가 벌어지고 자연치료되다가 다시 벌어진 것 같은.
"…이거 뭐야?"
December 22, 2024 at 7:24 AM
"J형."
"어, L 무슨 일이야?"
"보낼 서류가 있어서 올라와봤어."
"그래? 내가 가려고 했는데, 고맙다."
이왕 올라왔으니까 내 방에 놔줘. 책상 위에 자리 없으면 침대 위에 올려두든가. J는 말을 마치자마자 제 손에 든 생수를 뜯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지난 체력 테스트 때보다 힘든 모양이지. 평소와 다름없는 반응에 어깨를 으쓱였다. 일처리 하나는 혁명군 내에게 이길 수 있는 사람 하나 없다니까. 힘들면 쉬었다가 다시 해. 그러다 사람 죽으면 허무하다? 형 걱정까지 해주는 거야? 이야, L 오늘 기분 좋나보네.
December 22, 2024 at 7:19 AM
지금 시각은 낮. 한창 혁명군의 열을 방출한 최적의 시간이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에 돌입하는 이들을 경외 없이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땀에 절어진 채 푹푹 찌는 복도를 가로질러갔다. 각자의 손에는 저들에게 알맞는 무기를 쥐고서. L은 저 만치서 무심하게 단검을 휘두르고 있는 은밀기동대 부대장에게로 신속히 걸음을 옮겼다. 축축한 지하에서 지상 근처로 올라온 것에 대해서 불만은 없었으나, 자신이 훈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인지하고 있어야 마땅했다. 후딱 처리하고 다시 내려가자고.
December 22, 2024 at 7:14 AM
꽤 오래 전에 난 것 같은데. 그의 기억 속에는 다친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기억력이 감퇴되었나 싶지만 정보 상인 역할로써 지금껏 기억나지 않는 과거는 없었으니 신빙성 하나 없는 가설이었다.
"이참에 위로 올라가 볼까…."
서류 전달할 겸 겸사겸사. J형에게 은밀하게 전달할 말도 몇 개 있고. 책상 위 난잡하게 어지러진 서류더미 속에서 필요되는 서류 몇 장을 대담하게 집어들었다. 굳이 그 서류가 맞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의 기억력을 따라잡을 이도 없었을 뿐더러 L은 이 부분에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신뢰했다.
December 22, 2024 at 7:09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