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페그니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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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주접떨거나 썰 끄적이는 곳. 언젠가 그림도 그려서 올리지 않을까요...?

제 그림을 상업적 사용하거나 다른 곳에 공유해선 안되며, Ai 학습으로도 사용하지 마십시오.
Please do not share, use commercially, or utilize my artwork for AI training or any other purp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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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바등🧶🪥
"저는 익사로 죽고 싶지 않습니다."
"예?"

난데없었지만 익숙한 말이었다.
어느새 신해량은 내 앞에 다가와 마주 봤다. 눈동자가 어딘지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무현 씨도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신해량은 총구를 내게 겨누었다.

"그럼 해저 기지에서 뵙겠습니다."

방아쇠가 당겨지고 얼마 가지 않아 한 번 더 바다가 요동쳤다.
April 24, 2025 at 8:44 PM
"전에 말씀하셨던 그것 말입니까?"
"예에..."

신해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통증을 잊기 위해 줄어들고 있는 산소 게이지나 내려다봤다. 바늘은 아까보다 훨씬 깊은 빨간 구역을 가리키고 있었다. 빨간 구역으로 가면 몇분이라고 했더라? 아무튼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알겠다.
April 24, 2025 at 8:44 PM
BCD 조끼의 공기를 빼내던 신해량의 표정이 얼핏 보였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모르겠다. 넋을 놓은 것 같기도 어이없어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다음 탈출은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명이라도 더 탈출했으면 좋겠다. 다 내보내다 보면 나도 언젠가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뭣보다... 배가 너무 아프다. 다음에 눈을 뜨면 조금 천천히 움직여야겠는데.

"무현 씨, 해저 기지는 무너졌고 위로는 갈 수 없습니다. 무슨 방법을 쓰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April 24, 2025 at 8:44 PM
"왜 올라가지 못하는지 모르겠군요. 연구원들이 뭔가 설치한 것 같진 않은데."

신해량은 몇 번이나 위로 올라가려다 실패하자 더는 힘을 쓰지 않았다. 수심계와 게이지를 확인한 신해량은 곧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잠시만..."

결국 나는 의아해하는 신해량의 목걸이를 손으로 낚아챘다. 그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기가 무섭게 몸이 수면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먼저, 올라가세요... 저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 습니다."
April 24, 2025 at 8:44 PM
우리는 해수면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상어 때문은 아니었다. 놈이 지척에서 입을 벌렸을 때, 신해량은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압력과 함께 탄환은 정확히 상어의 눈에 명중했다. 상어는 물속에서 몸을 비틀며 검은 연기를 토해내더니 몇 번 꼬리를 휘젓고는 얼마 가지 않아 가라앉았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봤다. 햇빛이 부서지는 수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로웠다.
April 24, 2025 at 8:44 PM
어쩐지 익숙한 모습이었는데 전에 내 배를 물었던 그 상어와 똑같이 생겼다. 다시는 상어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는데.
설상가상 천천히 위로 올라가던 신해량의 속도가 느려졌다. 신해량도 주변에 상어가 배회하는걸 감지한 듯했다.
피 냄새를 맡은 상어는 확실하게 우릴 추격했다.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어느 순간 확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길 반복하면서.

"ㅡㅡ! 박무현!"

다이버 2의 심박수와 호흡이 가빠졌다는 커다란 경고음 속에서 신해량의 목소리가 들렸다.
April 24, 2025 at 8:44 PM
시선을 따라 내려가 보니 내 배 근처에서 신해량에게서 나는 것 보다 더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 언제 다친 거지? 아드레날린 때문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바닷속에서 이렇게 피를 흘리면 안 된다!

“가만히 계십시오.”

신해량이 내 뒤로 헤엄쳐 와서는 재빠르게 내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넣었다.

“이대로 올라갈 겁니다. 천천히 심호흡하셔야 합니다.”
“알겠습... 헉!”

눈앞을 거대한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April 24, 2025 at 8:44 PM
“ㅡㅡ, ㅡ찮으십니까?”

허리를 끊듯 강한 충격과 함께 노이즈 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예에… 죽을 것 같습니다.”

신해량은 낙하산 줄을 손과 팔뚝에 감으면서 해류로부터 날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런데... 왼쪽 어깨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일렁이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게...

“… 다쳤습니까?”
“조각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보다, 빨리 수면으로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해량의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다.
April 24, 2025 at 8:44 PM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각종 잔해와 정체불명의 물건에 사정없이 부딪혔다. 차라리 엘리베이터를 타자고 할 걸. 총에 맞았을 때도 이렇게 고통스럽진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순간, 눈앞으로 커다란 잔해가 날아들었다. 한쪽은 매끈한데 반해 양쪽 끝엔 철근이 삐죽삐죽 솟아나 있었다. 가시복어조차 저렇게 날을 세우고 있진 않을 텐데.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April 24, 2025 at 8:44 PM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메시지를 보던 박무현은 귀여운 협박에 웃음을 터트렸다.
- 알겠습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액션을 펼치며 넘어지기로 결심한 박무현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퇴근했다.
March 8, 2025 at 4:30 PM
하지만 박무현은 퇴근 시간까지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점심에 통화를 하며 들었던 신해량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이 차분했지만 그렇다고 화가 풀린 것 같진 않았다.
우웅. 우우웅.
박무현은 진동 소리에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켜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가장 먼저 사진이 보이고 메시지가 연달아 보였다.
바닥에 바나나 껍질 네 개를 나란히 놓고 있는 쭈그러진 무릎과 손.
- 함정이 설치되어 있으니 걸려 넘어져 주시지요.
March 8, 2025 at 4:30 PM
괜히 찔린 박무현은 몸을 움츠렸지만 여기서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출근이 우선이었기에 신해량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왔다.
속이 쓰리다. 화가 난 것 같았지...?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거기서 왜 그런 실수를 하냐.
하루 종일 박무현은 신해량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March 8, 2025 at 4:30 PM
박무현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짜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은 이래서 무섭다. 원래라면 하지 않았어야 할 행동을 하게 되니까. 그럼 뭐 하냐. 이미 벌어진 일인데.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좀 더 새벽 감성에 몸을 맡기는 게 어떨까. 둘 다 잠을 못 잤으니 이른 아침은 새벽이라고 쳐도 되지 않을까?
졸음이 쏟아졌다. 신해량이 오면... 같이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제 연인이니까 안고 자도 괜찮겠지.
March 8, 2025 at 3:56 AM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못하긴 깜짝 놀랐으니 못하지.
- ... 네. 선생님 생각에 잠이 오질 않더군요.
"그러면 큰일인 거 아닙니까?"
- ? 조금 곤란하긴 해도 그렇게...
"아뇨. 곤란할 겁니다. 왜냐면..."

....

박무현은 핸드폰을 거실 테이블 위로 내려두고 고개를 돌렸다. 거실 창밖은 수면 가까이 올라온 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해량에게 뭐라고 했더라... 곧 여기로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럼 먼저 재워줘야지. 늦더라도 식사는 그 후에 하고. 또...
March 8, 2025 at 3:56 AM
바다야 큰일 났어. 나 좀 살려줘.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바다는 숙면을 취했고 벨 소리는 거실을 채웠다. 신해량 이름이 딱 박혀있는 화면에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받아야겠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돌파구를 찾던 박무현은 두 눈 꽉 감고 통화 버튼을 눌러 귓가에 가져다 댔다.
- 선생님... 못 주무셨군요.
신해량의 목소리가 버석하다.
"그으... 해량 씨도 못 주무신 것 같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웃음이 나오냐 나는 걱정되는데. 박무현은 이제 신해량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긴 고백한 입장에서는 더 초조하겠지.
March 8, 2025 at 3:56 AM
그는 무언가 빠르게 쓰고 전송을 눌렀다. 모든 게 무의식적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들었을 땐 적잖이 놀랐다. 새벽 감성이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으니까!
박무현은 문자를 지우기 위해 메시지에 엄지를 올렸다.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는 지우면 삭제된 거라고 뜨긴 하지만 숨길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1이 사라졌다. 어? 박무현은 그대로 넋을 놓았다가 벌떡 일어나 거실을 배회했다. 손발이 저릿하고 머리가 멍했다. 잘못 봤나 싶어 핸드폰을 봤지만 사라진 1은 돌아오지 않았다. 박무현은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March 8, 2025 at 3:56 AM
'선생님. 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선생님이 좋습니다.'
'전에... 제가 죽을뻔 했다는 얘길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먼저 생각난 사람이 바로 선생님입니다. 여기서 빠져나가면 선생님부터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합니다.'
집 앞에서 몇 번이나 좋아한다고 속삭이던 신해량은 박무현의 대답도 듣지 않고 돌아갔다. 이게 얼마나 사람 피 말리게 하는지 모르면서. 박무현은 다시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문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March 8, 2025 at 3:56 AM
박무현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5시. 지금쯤 신해량은 잠에서 깼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억울함을 풀어야 하지 않을까?
연락처를 열고 신해량 이름을 한참이나 노려보던 박무현은 결국 핸드폰을 내려두고 심호흡했다. 이게 바로 어른의 인내심이란 거다. 박무현은 괜히 뿌듯해하며 소파 등받이에 뒤통수를 묻었다. 이제 해가 뜨고 있나 보네. 천장이 약간 푸르스름해졌다.
박무현은 이제 넋을 놓고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짙은 남색
바다
심해
해저 기지
엔지니어 가팀
신해량...
March 8, 2025 at 3:56 AM
"바다야 들어봐. 나도 자고 싶은데 글쎄 해량 씨가!"
바다는 신해량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또 시작이군 이란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세상 차가운 고양이었다.
그렇다. 박무현이 잠을 못 자는 이유는 신해량에 있었다. 신해량이 그런 말만 하지 않았어도 박무현은 지금쯤 행복한 꿈속을 거닐고 있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억울하지 않나? 누구누구 씨의 발언으로 잠도 못 자고 반려동물의 화남을 봐야 한다면 아주 억울할 것 같은데.
March 8, 2025 at 3:5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