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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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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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앜파는 거북이
멍한 데쿠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아이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뀜.

-오랜만이면 어쩔 수 없지.
-어...? 어어.
-특별히 내일은 봐줄게. 대신 모레는 나랑 노는거야?
-으응! 그럴게.
-좋아, 약속!

내밀어진 새끼손가락은 참 작았음. 작고 오동통한 오른손을 바라보던 데쿠는 마찬가지로 오른손을 내밀어 새끼손가락을 걺.

-약속할게.

어쩐지, 이 손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음.
February 21, 2025 at 4:49 AM
말을 하려다 멈칫함. 그러고보니 이 아이 다른 친구랑 노는 걸 본 적이 없음. 그보다, 이 아이가 나를 기다렸던가? 늘 이 곳을 지나면 아이가 있었음. 하지만 내가 보기 전에도 아이가 '존재'했던가...?

...그야 있었겠지.

사람은 상자 속의 고양이가 아니다. 당연히 보기 전에도 아이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을 것이다.
놀이터에 오기 전에는 학교에 있었을 것이고, 다른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 하교를 했을 것이고...

이 당연한 일들이 왜이렇게 어색한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February 21, 2025 at 4:49 AM
여느때처럼 노을진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아주던 데쿠. 하지만 그날은 해야할 말이 있었음. 내일은 저녁때 약속이 있었으니까.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림.

-약속? 누구랑?
-고등학교 친구야. 토도로키군이라고, 엄청 오랜만에 만나는거야.
-친구? 네가?
-아하하...

말투는 정말 바뀌질 않는구나... 뭐, 어쩔 수 없지.

-아무튼 그래서 내일은 못 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어. 아니면 다른 친구랑...
February 21, 2025 at 4:49 AM
Reposted by 개성: 거북이
February 13, 2025 at 3:27 PM
Reposted by 개성: 거북이
February 13, 2025 at 3:27 PM
Reposted by 개성: 거북이
[캇데쿠] 어리광

posty.pe/uvqent
February 7, 2025 at 12:35 PM
이상한 일이지. 그렇게 조용한 아이가 아닌데. 늘 시끄럽고, 불쑥 나타나고, 개성이라도 썼다면 천둥같은 소리가 들렸을텐데.

어라, 나 누구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그 아이의 개성을 본 적이 있었나?

아마 닮아서 착각한 모양이었음. 그야 ㅁㅁ과 너무 많이 닮았으니까. 어린시절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랄까.
물론 그때의 ㅁㅁ은 그 아이처럼 내일도 올거냐는 귀여운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걸 물어보는 건 내쪽이었지. 무심코 웃은 데쿠는 집으로 발길을 돌림. 아, 오늘도 즐거웠다.

음, 그러고보니 그 아이 누굴 닮았더라..
February 18, 2025 at 2:59 PM
뾰루퉁한 얼굴로 해가 사라져가는 걸 보던 아이는 내일도 올 거냐고 물었음. 데쿠는 당연히 올 거라고 말함. 그제서야 조금 풀린 얼굴로 내일봐, 하고 손을 흔드는 아이. 그 자그마한 손이 너무 귀여워서 한 번 잡아보고싶지만 꾹 참는 데쿠. 애초에 스킨십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 물론 이 아이가 아니라 ㅁㅁ이...

어라?

밤그림자가 내린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음. 조금 전까지 손을 흔들던 그 아이는 보이지 않음. 어느쪽으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음. 꼭 사라진 것처럼...
February 18, 2025 at 2:59 PM
짙은 오렌지색 노을이 칠해진 작은 놀이터. 선명한 주홍과 새까만 그림자가 어울려 기이하게 현실감각이 마비되는 그 시간. 아이는 태연하게 데쿠에게 말을 걺.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있었던가? 나는 조금 전까지 빈 놀이터를 보고 있지 않았나?
그런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곧 사라졌음. 빨리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지 않으면 화를 낼테니까.
늘 자기가 원하는대로 하고싶어했지. 참 이런 건 변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좋아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놀아주다, 선명한 노을에 투명한 밤공기가 섞여 흐려질 즈음, 아이와 헤어졌음.
February 18, 2025 at 2:59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