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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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이제 자비롭고 어설픈 정의감이나, 어떤 애국적인 활동을 넘어서서 새로운 사회 건설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 루이 앙투안 레옹 드 생쥐스트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내 외할머니는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에 계셨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셨다.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서 아주 짧게 지나가듯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 자세히 들어봐야 했다. 엄청난 대서사시였을텐데. 이모가 기억하고 계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December 15, 2025 at 1:03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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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아쉬운 건 엄마 생전에 엄마에 대해, 엄마의 엄마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육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지 못한 점이다. 나는 엄마가 우리를 키울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살 때 혼자 걸어다녔고, 언제 한글을 뗐는지 등을 전혀 모른다. 그걸 물어봐야 했다고 생각한 시점에 나를 키워주신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이가 미친듯이 짜증을 내거나, 늦장을 부려서 속터지게 할 때마다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 두 명을, 그것도 전적으로 혼자서, 누구 상담하거나 도움받을 사람도 없이 돌봐야 했던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 시간들을 버티고 또 이겨냈을까.
December 15, 2025 at 12:53 AM
엄마가 돌아가신 직후엔 왜 이렇게 빨리 가셨을까 하는 비통함밖에 없었는데, 엄마가 가신 그 이듬해 부계쪽 조부모 돌봄을 두고 티격태격이 벌어지는 걸 보며 이모와 그런 얘기를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엄마가 이 진흙탕을 보시지 않고, 또 90 다된 시부모 돌보지 않고 가신 게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르겠다고.
December 15, 2025 at 12:30 AM
엄마는 늘 자기를 남에게 -아버지에게, 아들들에게, 시댁 가족들에게- 맞춰오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계속 맞추다가 뭔가 몸과 마음이 병든 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건강이 빠르게 무너졌다. 2017년부터 엄마는 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는데 검사하다가 암이 세 군데에서 차례로 발견됐다. 전이된 게 아니라 별도로. 2017년 수술은 성공적이었는데 이듬해 발견된 암은 수술을 할 수가 없었다.
December 15, 2025 at 12:26 AM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부모님은 내가 중학교 때 냉각기였고 이혼 직전까지 갔다. 엄마는 각방을 썼고 방에는 2-3리터짜리 커다란 와인병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와인병은 빠르게 비워져 갔다. 아마도 엄마는 그당시 약간 우울증세가 있었던 것 같지만 아무도 엄마를 케어할 생각을 안했다.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뎌내신 것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들을 수가 없으니까.
December 15, 2025 at 12:21 AM
6-7살 무렵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 형과 장난치다가 식탁 위의 컵라면을 엎은 적이 있다. 다리에 컵라면 국물이 끼얹어진 바람에 뜨거워서 나는 펑펑 울었고 식탁보엔 컵라면 국물이 전부 물들었다. 차가운 물로 다리를 식혀주시던 엄마 표정이 어렴풋하게먼 기억나는데. 지금 생각하면 양육자로서 참 돌아버릴 것 같은 순간.
December 15, 2025 at 12:17 AM
아이가 미친듯이 짜증을 내거나, 늦장을 부려서 속터지게 할 때마다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 두 명을, 그것도 전적으로 혼자서, 누구 상담하거나 도움받을 사람도 없이 돌봐야 했던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 시간들을 버티고 또 이겨냈을까.
December 15, 2025 at 12:15 AM
"좋든 싫든 우리는 계몽과 기술적 진보의 상속자다. 원시적 단계로의 퇴행을 통해 계몽과 기술적 진보에 저항하는 것은 그것이 만들어냈던 항구적 위기를 완화하지 못한다. 반대로 그와 같은 해결책은 역사적으로 이성적인 사회적 지배의 형식에서 극단적으로 야만적인 사회적 지배의 형식으로 나아간다."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 비판] 3장 중
December 12, 2025 at 7:58 AM
안녕하세요 선생님. 서울대 교지<관악>은 2012년에 문을 닫아서 사라졌습니다.. 만 대학신문은 아직 잘 나오고 있어서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December 12, 2025 at 3:1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