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맛집부터 명인의 손맛까지"…생활의 달인, '은둔식달' 포천 40년 중식당과 경동시장 튀김 군만두 달인→한국의 맛 여정 #생활의달인
맛이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이 증명한 노포의 전통일까, 아니면 수천 번의 반복으로 완성된 장인의 손끝일까. 시간의 깊이와 정성의 무게가 만나는 곳, 그곳에 진짜 맛이 있다. 한국의 구석구석에 숨겨진, 혹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맛의 달인들을 생활의 달인 제작진이 찾아갔다.
"숨은 맛집부터 명인의 손맛까지"…생활의 달인, '은둔식달' 노포 덕후, 포천 40년 중식당과 경동시장 튀김 군만두 달인→한국의 맛 여정 / SBS 생활의 달인
포천시 내촌면 한적한 시골길,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ㅅ' 중식당은 시간이 만든 보물창고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잘게 다져진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유니짜장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쫄깃한 면발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깨를 함께 숙성시킨 발효 춘장은 다른 중화요리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은둔식달'은 포천과 양주 지역의 또 다른 맛집도 소개했다. 'ㅍ'식당의 비빔국수는 집에서 만든 듯한 손맛이 느껴지는 정성 가득한 한 그릇이었다. 매콤달콤 양념장과 기가 막힌 감칠맛으로 식객들을 끌어모았다. 이어 소개된 'ㅅ'가게의 옥수수 꽈배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으로, 아침 7시부터 오픈런을 불사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경동시장의 맛집 지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군만두다. 내놓기 무섭게 동나는 군만두를 맛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모여든다. 하루에 팔리는 양이 무려 8천 개에 달하는 이 명물의 주인공은 경력 15년의 군만두 달인 김규남이다.
김규남 달인의 군만두는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촉촉한 식감을 살린 당면은 달인만의 킥 포인트로, 다른 군만두와는 차별화된 맛을 자랑했다. 하루 수천 개를 만들어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빨라진 손놀림은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군만두를 빚어냈다.
반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상에서 수십 년을 한자리에 머무는 이들이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맛을 지켜온 식당들, 바로 노포다. 장영수 달인은 그런 노포의 가치를 알아보는 특별한 시선을 가졌다. 서울의 노포만 500곳 이상을 발굴하고 방문한 장영수는 진정한 노포 덕후다.
15년 동안 셰프로 일해온 장영수 달인의 일상은 항상 남을 위한 요리였다. 화려한 플레이팅과 정교한 맛의 조화를 추구하며 손님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한 끼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자신을 위한 식사, 맛있고 좋은 것을 찾아 나서던 그가 발견한 것은 오래된 식당, 노포였다.
장영수 달인이 찾아간 노포들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이 식당들은 손님들의 사연과 사장님의 삶이 녹아있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요리사였던 달인에게 노포는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위로의 식탁이었다. 오직 노포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손맛과 정성으로 내어주는 한 그릇의 음식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전했다.
맛과 요리의 세계를 떠나 또 다른 달인들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딸깍딸깍. 반복되는 마우스 클릭 소리는 현대인의 일상을 가장 잘 대변하는 소리다. 소재성 달인은 이 작은 기계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희귀한 기술자다. 'ㄹ' 사의 마우스를 전문으로 수리하는 그는 유명 프로게이머부터 피시방, 사무실까지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컴퓨터가 한국에 처음 도입되던 시기, 소재성 달인은 마우스의 기능성에 매료되었다. 더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까지 찾아가 수리 교육을 받았고, 이러한 열정이 지금의 달인을 만들었다. 일상에 흔히 겪는 잔고장과 이물질 제거는 물론, 간단한 처치법으로 마우스 수명을 늘리는 꿀팁까지 그의 노하우는 방대했다.
페인트칠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자, 표면 아래 숨겨진 결점을 가려주는 예술이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페인트 기술을 익히고 있는 이진혁 달인은 어린 나이에도 벌써 7년 차 경력을 쌓았다.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배운 기술을 갈고닦아온 그는 이제 페인트 업계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진혁 달인의 페인트 분사기 실력은 넓은 면적부터 좁은 면적까지 한 번에 균일하게 칠하는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그의 진가는 사다리 작업에서 빛났다. 사다리와 한 몸이 되어 마치 공중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위험해 보이지만, 달인에게는 이미 몸에 밴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맛과 기술, 전통과 혁신. 달인들의 세계는 다양하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한 가지에 대한 끊임없는 몰입과 정진이다. 포천의 오래된 중식당에서 발견한 40년 전통의 유니짜장, 경동시장의 명물이 된 김규남 달인의 군만두, 500곳이 넘는 노포를 찾아다닌 장영수 달인의 맛 기록. 그리고 마우스 하나에 평생을 바친 소재성 달인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페인트 기술로 승부하는 이진혁 청년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자신만의 영역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열정이 담겨있다. 맛의 달인들은 시간과 정성으로 깊이를 더했고, 기술의 달인들은 반복과 혁신으로 전문성을 쌓았다. 일상 속 평범해 보이는 것들이 달인의 손을 거치며 어떻게 특별해지는지, 그 과정과 결과는 4월 28일 저녁 시간대에 순차적으로 방송된다.
맛으로 이어지는 시간, 기술로 완성되는 일상. 달인들의 세계는 우리에게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하든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평범한 것도 특별해진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 그것이 바로 달인 프로그램이 전하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