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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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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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썰놀
덜컹——,

의자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텅 빈 커피잔이 빙그르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숨 막하는 고요한 침묵이 내부의 공기를 감싼다.

...

머리를 뒤로 눕히고 조종실 의자에 제대로 기대 누웠다. 더 이상 꺼낼 이야기는 없었다. 퓨즈가 끊기듯 연결되지 않는 생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잠에 들 시간이라며, 우주의 풍경을 배경 삼아 깊은 잠에 들었을 뿐. ...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한 하루가 흘렀다.
December 21, 2025 at 7:11 AM
...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금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텅 빈 눈동자에 담기는 우주가 이 생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걸까. ...

나는, 이러한 생각을 들춰내는 것이 타인에게 영 익숙치 않으리란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드는 의문 하나는. ...

...

당신은 그때의 아이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와 비슷한, 오만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걸까, ...
December 21, 2025 at 7:02 AM
'어떠한 일이든 자살하고 싶은 충동.'

당신이 그런 말을 아무렇게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서로에 대해 아는 거 하나 없지만서도, 무언가 당신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 했을 적에 느낀 내재된 생각이, 또한 그러한 느낌이. 내게 그렇게 알려주고 있었다.

...

프로그래밍 된 로봇에게 충동이라니. ...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 거렸다. 손가락 끝에 닿는 조종기가 영 익숙하지 않다.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불빛이 나의 얼굴을 반쯤 가렸고, 거슬리는 작동음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
December 21, 2025 at 6:55 AM
벽면에 부착 되어있는 레드 버튼.

그의 말로는, 프로그램 자폭 장치라 하던가.

...
December 21, 2025 at 4:42 AM
"이곳은 인공 중력이 적용 되어 있어서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저 쪽에 있는 공간은.. (...) 그리고 이 쪽을 보시면, (...) 저기는 욕실, 그리고.. 침실 (...) 그리고 또, ···."

...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비해서 완성했는지 모를 우주선을 약 9시간 동안 돌아다니고 하나하나 체험했다. 원한다면 수영장이나 소규모 놀이공원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하는데 대체 우주선에 그런 게 왜 필요한가 싶어서 요청은 그만 뒀다. ...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조종실 의자에 앉을 무렵, 장치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December 21, 2025 at 4:41 AM
.
.
.

나이프와 포크만으로 익숙하게 스테이크를 잘랐다. 하지만 ... 생각해보니 먹을 자신이 없어 금방 그만뒀다. 먹는 것을 흉내낸다는 과정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머릿속에선 아쉬워 하는 듯한 탄성이 들려왔다.

왜 이래..

"굳이 먹고 싶지 않다면 먹지 않아도 상관은 없죠. 그럼요... 그럼 다음 구역으로 이동해 볼까요? 당신을 위해 준비한 곳이 많답니다 !"
December 21, 2025 at 4:01 AM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멀뚱하게 중앙에 놓여있는 나를 또 다시 무언가가 끌고 간다. 마치 마우스 같은 것에 잡혀서 이끌려가는 시메지 같다. 실체가 없는 것에 이끌려간다니. 잡아 이끄는 당신이 마치 유령 같기도 하고.

...

그런 실없는 생각을 잠깐 했던 거 같은데. 무언가 끌고 있던 옷자락이 놓여진다. 눈 앞에 도착한 곳은, ... 식탁이다. 무언가 많이 올려져있으나 식욕이 느껴지진 않는다.

"딱히 생존에 있어서 필요한 필수품은 아니지만, 마음껏 드세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말에 포크를 잠깐 들었던가, ...
December 21, 2025 at 3:59 AM
왜?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지만 그것을 차마 물어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통제 ■는 듯 머릿속에 노이즈가, ... 일어났기 때문이다.

...정신을 부여 잡으려는 와중에도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제가 구현해둔 건 오직 기억이나 마음 ... 당신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정보들을 넣어둔 거라. 그 외는 로봇과 같아요! 뭘 먹지 않아도 되고, 청결 같은 건 필요 없고. 하하. 하지만 아이젤이 원한다면 뭐든 해도 상관 없으니깐요!"

"당신이 살아있는 한 가장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
December 21, 2025 at 3:49 AM
물론 4개월이든, 6개월이든, 1년이든, 10년이든...... 바뀌는 건 없다.

그의 말대로 컴퓨터 AI 프로그램이라면. 정해진 기간동안은 이 곳을 못 벗어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벌써부터 좀이 쑤시다.

...

머릿속이 간질거린다, ... 그가 잠깐 웃더니 나를 일으켰다. 정말로 일으킨다는 표현이 정확했던 거 같다. 주도권이 넘겨진 신체는 타자의 의지를 따른다. 나는 우주선의 조종실에서 중앙 생활 구역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운행은 오토로 진행 되니깐요! 아이젤은 여기서 자유롭게 생활하시면 돼요!"
December 21, 2025 at 3:41 AM
주어진 목표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지. ... 들려온 당신의 말에 간결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것보다, 이거 언제 도착하는 거지.

...

그의 말로는 최소 4개월 정도는 더 걸린다고 했다. 4개월이면.. 우주 여행에서 빠른 편이었던가? 과거의 정보와 현재의 지식을 결합하여 정보를 조합해 낸다. 그랬던 거 같은데. 시뮬레이션에서 보통 이렇게까지 하나...... 보통은 시간을 빠르게 하는 게 정상 아니던지.
December 21, 2025 at 3:31 AM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도 없었지만.) 애초에 자유 의지라는 것이 내게 주어져 있는 세상인가?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실망하고 있는 건지. ...

그때. 큼큼, ! 하며 목을 가담는 소리가 들린다.

"당신의 선택을 보기 위한 버튼이예요. 제게는 소행성의 복원 말고도 또 다른 목표가 있거든요. 그걸 말해줄 수는 없지만.. 우리 똑똑한 아이젤이라면 언제든지 눈치 챌 수 있을 거라 믿어요!"

...
December 21, 2025 at 3:23 AM
...

"제 말을 그대로 따르는 아이젤이란 건 좋네요 !"

> ...

"아, 지금 이 말들은 제가 아이젤의 머릿속으로 직접 입력하고 있는 대사예요!"

> ...

"어때요 좀 신기한가요?!"

> ...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꼭 말해주세요 그리고···."

"당신의 옆에는 프로그램 자폭 버튼도 있으니 신중하게 사용해 주시길! 감당할 수 없는 부담, 목표, 세계의 무한성, 의도하지 않은 의지, ... 거부감이나, 어떠한 일이든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자폭 하셔도 괜찮아요 !"

> ...
December 21, 2025 at 3:12 AM
...

이 환경에 노출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을 느끼며 제 앞에 있는 홀로그램 화면에 시야를 고정했다. 복잡한 글씨가 지렁이마냥 꼬불거리길래 무심한 눈으로 아무 감정 없이 보고 있을 무렵. 글이 지직거리기 시작하더니..



목□:

1. "미드서머즈 드림" 무□ ■륙 !
2. 행성의 상황 조사 !
3. 연□소에서 샘플 엠플 가져오기 !
4. 시신 회수 (남아 있다면 !)



간결한 목표가 생겨났다.

모든 상황을 보고 있군, ...그래.

나는 얌전히? 그 목표들을 기억했다.
December 21, 2025 at 3:06 AM
...

사고의 흐름이 느껴진다.

이것은 틀림없는 "나" 일 것이다.

아마 이전의 기억이 맞다면,

정확히는 그가 기억하는 "나" 일 것이다.

그에게 쥐어진 정보량은 한정적이었던가?

그는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이성이 마비 된다. 더 이상 알 수 있는 게 없다.

아마도 이것은, 여태까의 기억상으로..

출발 신호.

...

"무운을 빌어요."

똑같은 목소리가 귀에 매달린다. 몸에 딱 맞는 우주복이 어색하다. 몸이, 우주선이, 지구의 밖을 향해 달리고 있어. 정말이지, 몇 번을 봐도 적응되지 않을 거 같다.
December 20, 2025 at 9:28 PM
생각이 많아 보이시네요, 아이젤. 참고로 지금의 생각은 모두 "텍스트 화" 되어지고 있답니다 ! 이런 말해주는 게 너무 늦었던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이렇게 한들 바뀌는 건 없으니. ...

자, 다른 질문이 없다면 이제 곧 출발해 볼까요?!

아이젤의 【 목표 】설정 값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드릴게요. 그때까지 잠깐 기다리시길 !
December 20, 2025 at 9:19 PM
... 하여튼 체감하지 못할 긴 시간이 흘렀다. 대충은 알아들었다. 아주 대충은, ...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우주 비행사가 될 생각은 없었던 지라.

...

고개를 돌려 화면 너머의 있는 눈을 응시했다.
내가 아니란 걸 어떻게 확신하고 있는 거지.

...

의문이 들었을 때 쯤, 그가 빙긋! 읏었다. 문자 말 그대로의 웃음이었다.
December 20, 2025 at 9:15 PM
... 이번에도 사람이 아니군요, 아이젤.
어쩔 수 없는 거겠죠 !

> ...?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우는 척 하는 당신에게 뭔 소리냐는..... 눈으로 쳐다보기도 잠시. 그는 빠르게 표정을 고치며 화면에 무언가를 띄우기 시작했다. 툭, .. 팝업창이 열리면서 몸을 밀친다. 이런 물리 구현은 대체 왜? ... 이해는 할 수 없었으나 그냥 그려려니 했다.

...

자, 방금 열린 창을 보시겠어요. 아이젤?

이건 저희가 어떻게 그 행성에 도달하냐! 궤도를 계산하여 그 경로를 적어놓은 거고, 법칙과 도착할 좌표 계산, 그리고..
December 20, 2025 at 9:11 PM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몇 초 남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딱. ....

'5,'

'4,'

'3,'

'2,'

'1, ... '

.
.
.

> ...

나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말을 하려고 해도, ...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언어 프로그램" 같은 게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조금 더 이 세계를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가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December 20, 2025 at 9:03 PM
안녕하세요, 아이젤. 혼란스러운 당신을 위해 다시 한 번 얘기하자면.. 당신은 컴퓨터 AI 프로그램 입니다. 그것도 아주, 아주..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

지금부터 당신은 저를 도와 어떠한 행성에 도착하여 그 땅을 수복할 계획을 같이 세워 나가야해요. 할 수 있겠죠? 못한다는 말은 하지마세요. 어차피 당신은 그렇게 한다고 수락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것은 아마 제가 하는 모든 말을 증빙하는 근거가 되겠죠. 하하.

> ...

이런, 아직 이해가 어려울까요? 괜찮아요. 당신의 앞에도 몇 명이 더 있었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December 20, 2025 at 8:59 PM
...
December 20, 2025 at 8:53 PM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꿈을 회상하듯이.
December 20, 2025 at 8:52 PM


아아. 이번엔 거의 다 왔었는데 말이죠 —.

아깝네요, 아까워 ! 하지만 저희에겐 언제나 다음 번의 시도가 있으니깐요. 여기서 절망하거나 주저하면 안되는 거겠죠 !

인간은 나아가는 존재. 그래요, ... 그게 당신이 생각하는 인간이라면.

그렇죠? 아이젤 프리엘 !

.
.
.

소행성 ■-■■■

되돌릴 수 없는 고열이 심장 내부에서 일어나는 곳.
지독한 열기가 대기를 침해한 곳.
끔찍한 부패가 일어나고 있는, 한 여름의 꿈.

한 여름의 꿈 ··· 미드서머즈 드림.

그는 그 행성을 그렇게 불렀다.
December 20, 2025 at 8:51 PM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점멸을 내달리는듯이 깜빡거리는 눈꺼풀의 움직임이. 가히 절망스럽게도 익숙하다. 소음이 자아내는 끔찍헌 괴성이, 둔탁한 움직?■이, 앞으로 내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왔던가.
당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어디, ...

...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스■이 정지되는 것을 느낀다.

■동을 하려,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어째서 나의 신■는, 이렇게 됐■■
December 20, 2025 at 8:44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