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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헛소리용 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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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및 한국 사회/인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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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는 글은 날에 따라 위 분야에서 랜덤으로 올립니다.
그리고 신목은... 얼굴이 없었다. 대화할 땐 얼굴을 바라봐야 한다고 배운 경이는 신목의 어디를 보며 얘기해야 하는지 헷갈려 하며 마을에서 가장 큰 어른을 다섯 번 이은 것보다 큰 신목의 몸을 위아래로 흩어보곤 그냥 그 중간쯤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에 경이가 그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됐다고 여긴 신목은 밝은 햇살에 그의 파란 유리 이파리들을 반짝이며 다시 한번 말하기 시작했다.
November 17, 2025 at 12:21 PM
밑에서 보는 신목은 정말 컸고, 그의 가지들이 드리우는 그늘 또한 정말 넓어서 경이가 그늘 속에 들어온 후에도 총총 더 뛰어야지 신목의 몸통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신목의 몸통에서 땅으로 파고들어 가는 검고 둥근 뿌리들은 경이의 허리만큼 굵었고, 몸통 또한 경이가 열 번 팔로 감싸려 해도 못 담을 크기였다.

마을의 가장 나이 많으신 할머니는 신목이 마을의 물과 밭의 건강을 지켜준다고 했는데, 오랜만에 신목을 주의해서 본 경이는 '이 정도 커야 그 넓은 밭을 지킬 수 있구나'라고 새삼 생각했다.
November 17, 2025 at 12:21 PM
신목이 다시 한번 경이에게 말했다. 몸에 눈은커녕 흰자의 하얀 색 하나 없으면서도, 검은색의 신목은 경이가 자신을 주목하는 걸 아는 듯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내용과 달리 무감정한 목소리였다.

[나 혼자는 할 수 없어. 네 도움이 필요해.]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경이가 몸을 돌려 신목에게 다가갔다. 주변 어른들이 경이의 말을 듣고 흘낏 눈길을 주었으나, 흔히 어린 아이들이 혼잣말하는 것이라 여기고는 다시 눈을 돌렸다. 경이 또한 어른들의 반응을 무시하곤 꼬마 크기의 흙먼지를 날리며 신목의 나무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November 17, 2025 at 12:21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