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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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망되 명급리 반월당 등등 이것저것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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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다시 말해, 바람을 타고 스쳐지나가는 꽃잎 같은 일상의 정말 별 것 아닌 작은 순간부터 책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순간까지의 모든 일상에서 이 여우를 떠올린다는 말이었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 그를 떠올린다니.
그건 마치.. 마치 고백이나 다름없지않은가...
한편 방에 앉아 물끄러미 유단이 주워온 들꽃, 낙엽, 꽃잎, 과학서적, 게임기, 여우인형... 따위를 내려다보던 백란은 두 손에 얼굴을 묻어버림
그 단순한 인간은 무어 거리낄 것이 있느냐며 저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고 왜 이것들을 가져왔는지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 했으나......

유단이 가져온 물건들은 꽃잎이나 들꽃 같은 정말 작은 것들부터 게임기나 과학서적 같이 부피가 조금 있는 것들까지 다양했음 공통점은 일상을 구성하는 물건들이라는 것이었는데
여튼 그래서 웅크려있는 백란을 일으켜세우는건 처음부터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음 유단이 소소하게 그것들을 가져다 나른 건.. 그냥 정말로 그것들을 보니 여우가 생각났기 때문이었음
남들 보기엔 그저 잡동사니에 불과한 것들을 하나하나 들고 오는데, 온동네 요괴들이 그런 것들로 그 천호가 기운을 차리기는 커녕 눈길이나 주겠냐며 수근거림

하지만 사실 유단도 이것들로 여우가 기운차릴 거라고는 여우 털 하나만큼도 생각하지 않았음 저가 무슨 지식이 있기를 하나 고성능 탐지기 비슷한건 있긴 한데 탐지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탐지기가 다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고 여우에게 있어 큰 영향을 줄만큼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인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았음 그 여우에게 특별한 존재는 까마득한 제 전생이었겠지
그는 여우와 몇백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해 온 것도 아니고 특별히 세심한 구석이 있어 신경 써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음 그렇다고 값진 것들을 구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참 고민하던 유단은 평범하게 생활을 하다가 문득 눈에 들어왔는데 백란이 생각난 것들을 하나씩 여우한테 가져다주기 시작했음

어느날은 길가의 들꽃이었고 또 어느날은 고운 낙엽이었고 또 다른 어느날은 새하얀 꽃잎이었고......
팔목귀도 잡고 사칭사건도 해결했고 백란이 방의 창가에 기대어 앉아 멍하니 햇볕만 내려다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짐 처음에야 다들 천호님도 휴식을 취하실때가 되었다 하면서 내버려뒀지만 점점 더 긴 시간을 그러고 있는걸 보니...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 싶었음

그리하여 구렁이도 동자삼들도 도깨비도 저마다 백란을 위해 백란이 평소 좋아하던 것들을 열심히 대령하고 선보이는데, 유단은... 단이는 뭘 해줄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이렇다 생각나는게 없었음
긴 시간동안 쉬지도 못하고 달려와서 번아웃 비슷한게 온 백란과 작은 물건들을 가져다주는 유단이가 보고싶다
애도 아니고 날붙이를 맨손으로 건드리는 사람이 어디있답니까(답답
아니 그냥 별로 안 날카로워 보이길래..(머쓱
꼬리 1호도 가끔은 바람 쐬면서 손질해줄때가 있어야지 어느 볕 좋은 날 백란이 꼬리 1호 꺼내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행여나 녹이라도 슬까 마른 천으로 삭삭 정성스레 문지르는데 옆에서 기웃거리던 유단이가 '저게 튼튼하고 강한건 아는데 날카롭기도 한가'싶어서 몰래 손가락 슬쩍 갖다댔다가 눈꼽만큼 베여서 난리나는 반월당
헉 바로 가서 듣기
드씨 노래? 그거 유튜브에도 올라가있을걸요
가격은 둘째치고 매물이 없다......
피곤해서 눈이 가물가물했는데 정신이 번쩍 들다
노래까지 수록되어있다고...?
드씨...? 우리 장르 드씨가 있었다고(충격
썰은 흔적조차 남기지안ㅎ고 사라져버렷어요..
그래 좋다 나도 이제 웃을 때가 됐지

그런데 왜 이 인간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

의문을 가져버린 순간 끝이었음 아무리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는거라지만 진짜 실시간으로 사랑을 자각해버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버림 창백하던 피부가 화아악 붉게 달아올라버리고, 바짝 솟은 귀랑 꼬리는 파들파들거리고, 덜덜 떠는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는데,
지하철을 타고가면서 봐도 이건 사랑이었음
뭐.. 이게 무슨... 백란이 당황해서 그대로 굳어버리니 하긴 저 감정 결핍 여우가 저만큼 웃으면 보통으로 쳤을때 환하게 웃는거나 다름없지.. 생각하면서 픽 웃어버리는 유단이

왜? 팔목귀도 잡았고 너도 평범하게 웃을 때가 됐지

봄바람이 지나가듯 가볍게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곱게 휘는 눈매를 보는데... 놀랐던 마음을 폭 가라앉혀주는 동시에 가져선 안 되었을 의문을 가져버림
쓰다가 롤백함 아니 이런 내용을 쓰려던게 아니었는데 백란아..(이마팍팍
팍팍한 요생에 웃을 일이란 많지 않았음 하물며 이런 평범한 날에 웃음이라니? 아무리 바보라지만 저 인간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생각하면서 순순히 얼굴을 만져보는데..

?

진짜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게, 뭔가, 웃는 모양새 같았음 여우가 물음표만 띄우고 있으니까 유단이가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 투덜거리면서 방에 있던 거울을 가져다주는데 거울을 마주하니 더 확실했음

백란은 웃고 있었음
유단이랑 방에 마주보고 앉아서 유단이는 과제하고 백란은 차를 마시기도하고 창밖을 보기도하면서 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과제로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니까 그냥, 진짜 그냥 웃음이 나옴 머리 싸매다가 그걸 딱 발견해버린 유단이가 미간을 팍 찡그리면서 웃지마, 하는데 여우는 저가 웃은 줄도 모르고 갸웃 하면서 웃다니요? 제가요? 하는데 그게 장난이 아니라 진짜 모르는 것 같아서 더 짜증내지는 않고 퉁명스럽게 입꼬리나 만져봐라 함
생각해보면 사랑이란 감정 평범하게 느끼고 살던 사람한테도 엄청난 고자극인데 아주 긴 시간동안 비극으로 무뎌져 감정이 메마른 여우에게 사랑? 한계 이상의 자극으로 아예 마비되거나 보통을 능가하는 엄청난 사랑 폭풍일 것임... 오늘은 사랑 폭풍으로 반응이 장난 아닌 백란이 보고싶다
제가 대신 액땜해드렷어요 건강한 추석되세오
그래서 안고자는건 괜찮은지 지금 확인해보죠 하면서 그대로 유단이 눕히고 꼬리를 안겨줌

안고자는건 베는 것만큼 압박이 되지않아서 괜찮은 듯했음 그렇게 백란의 꼬리는 유단이의 베개에서 죽부인 비슷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그렇다 비록 너무 자주 베고자서 꼬리에 쥐까지 나게 해버렸지만 저 푹신함, 부드러움, 부피... 포기하기엔 너무나도 모든 것이 완벽한 꼬리였다...라고는 하지만 유단이 스스로도 본인의 말이 열없었음 그래서 뺨을 살짝 붉히고 여우랑 눈을 당당하게 마주치지도 못하고 흘끔흘끔 보기만 하는데..

그런 유단을 보는 천호는...
이 인간이 귀여운건 알고 있었는데 진짜 귀여웠음
본요의 사심이 덜 드러나면서도 사심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유단의 결론이 '이제 네 꼬리 건드리지않을게' 로 나버리면 백란도 손해였음
이 고무공 같은 인간이 무슨 결론을 내릴 것인가 두근두근하며 지켜보고 있으니 유단이 힐끔거리기만하고 눈을 제대로 안마주치면서

베고 자면 쥐가 날 수 있으니까... 껴안고만 자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