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숨이 골목마다 드리워진 서울의 재개발 현장에서, 아물지 않은 상처를 기억하는 자들이 있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1990년대 도시를 흐렸던 ‘적준 용역’의 야만적 만행을 다시 꺼내 보며, 그날을 살아낸 철거민들의 고통 위에 출연진의 목소리를 더한다. 배우 윤은혜가 처음 리스너로 출연해, 자신 역시 실명 위기를 겪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꺼내며 철거민들의 상처에 깊은 연민을 보인다. 윤은혜의 고백이 전해질 때, 스튜디오에는 오랜 침묵과 따뜻한 공감이 흐르기 시작한다. 25년 전, 음악 무대에서 염산 물총을 맞고 쓰러졌던 순간을 담담히 털어놓은 윤은혜는 “트라우마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수 활동 당시 감당해야 했던 날것의 폭력, 그리고 그 시간이 남긴 마음의 흉터가 윤은혜를 한동안 힘겹게 했다는 솔직한 진술은 “철거민분들의 아픔에 비할 바는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비통한 현실로 향한다. 방송은 ‘적준 용역’이 자행한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범죄의 내막을 하나씩 드러내며, 초등학생을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임산부와 부녀자를 폭행·성폭행한 사건의 참혹을 생생히 그려 보인다. 영상이 이어질 때마다 윤은혜는 “감옥에 가야지요, 이 정도면 싹 다 가야지요”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가수 KCM 역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악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배우 채서진은 “너무 너무 잔인하다, 살아있는 지옥이다”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트라우마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윤은혜, 철거민 아픔→공감의 눈물 / SBS 프로그램은 긴박했던 그날을 취재했던 기자의 회고—“전쟁터 못지않았다”—를 빼곡하다. 공권력의 묵인과 방관, 인간의 얼굴을 닮지 않은 폭력의 연쇄, ‘너구리 작전’으로 불린 악명 높은 철거 민간진압의 실상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공동체의 상처로 남아 있다. 윤은혜는 “철거민분들은 저보다도 더한 폭력과 언행과 성폭력을 당하셨다. 고통은 말로 못할 것”이라며, 철거민의 오랜 트라우마에 울컥한 진심을 전한다. 분노와 공포가 교차하는 방송 현장, 그 가운데서도 윤은혜의 기억과 공감, KCM과 채서진의 치열한 질문과 분노가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저녁 10시 20분, SBS를 통해 트라우마와 연대를 기억의 대화로 다시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