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자백”…온보현, ‘꼬꼬무’서 끝까지 오만→피해자 유족 오열 #온보현 #꼬리에꼬리를무는그날이야기 #오마이걸유빈
스튜디오를 압도한 침묵, 분노보다 무거운 허탈함이 느껴졌다. 온보현의 오만한 독백은 텅 빈 공간을 차갑게 메웠고, 오마이걸 유빈의 떨리는 울음과 김광규·이미도의 굳은 표정이 동행했다. 오로지 범행만을 기록한 수첩 한 권이 세월을 거슬러 증거로 남으며, 경찰과 가족, 모두의 시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진실을 마주한 순간, 시청자들의 마음에서도 오래된 상처가 다시 되살아났다.
8일 방송된 SBS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74회에서는 ‘죽음의 드라이브-그 남자의 살인 일지’로 세상을 경악하게 한 ‘가짜 택시 연쇄살인마’ 온보현 사건의 전모가 담겼다. 오마이걸 유빈, 배우 이미도, 김광규가 리스너로 참여해 차가운 현장감과 깊은 분노를 전했다. 제작진의 오랜 설득 끝에 30년 만에 처음 공개된 형사들의 증언도 이날 전파를 탔다.
“냉혹한 자백”…온보현, ‘꼬꼬무’서 끝까지 오만→피해자 유족 오열 / SBS
이야기의 시작은 1994년 서울서초경찰서 앞, 온보현이 “내가 지존파보다 흉악하다”고 주장하며 범행일지가 담긴 수첩을 내민 순간이었다. 수첩에는 날짜, 시간, 범행 방식, 피해자 정보가 치밀하게 기록돼 경찰을 충격에 빠뜨렸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온보현의 범죄 방식에 대해 “순식간에 이동하며, 증거가 노출돼도 쫓을 수 없다는 자기 확신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온보현은 가짜 택시를 이용해 피해자를 납치하고, 은행에서 피해자 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종과 살인이 연이어 벌어지자 전국에 지명수배가 내려졌으며, 피해 여성들은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 한 피해자는 미리 판 구덩이에서 가까스로 탈출했고, 다른 피해자는 끝내 비극을 맞았다. 김광규는 자신 역시 택시 운전사 경력이 있다고 언급하며 “그 시절 업계 전체가 거센 불신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이미도는 “끝까지 허세를 부린다”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고, 오마이걸 유빈은 “내 가족이 아니어도 이렇게 아픈데,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형사들은 또렷이 기억했다. 조형근 전 용산서 형사는 “어떤 의식을 치른 것처럼 범행을 저질렀는데 온보현에게 죄의식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온보현은 범행 사실을 자수하며 언론에 “오늘 신문에 내가 더 주목받냐”고 물어 형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짧은 기간 동안 여섯 건의 범죄와 두 건의 살인을 일삼은 그는 피해자 수가 적게 보도됐다는 이유로 범행을 멈췄다고 밝혀 충격을 더했다. 오만한 자기과시 뒤에는 은밀한 두려움과 불안이 숨어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이어졌다.
온보현 사건 이후 경찰은 전국 단위 광역수사대를 신설하게 됐다. 범죄 피해의 확대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과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형사들의 마음을 오래도록 짓눌렀다. 김성수 전 김제서 형사는 “공조 수사가 빨리 이뤄졌다면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되짚었다. 그날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고, 가족과 피해자들의 삶에 깊이 새겨진 채 남았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 역시 충격에 사로잡혔다. “잠을 못 잘 정도로 무서웠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나” 등의 반응이 온라인을 가득 채웠다. 세월을 지나도 잊히지 않는 범죄의 잔혹성과, 피해자와 유족들의 통증이 화면 너머로 진하게 전달됐다.
끝내 온보현은 스스로 재판부에 사형을 요구했고, 지존파 일당과 함께 형이 집행됐다. 하지만 범죄의 끝에서 남은 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상흔이었다. 5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인간의 어둠과 그 흔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려냈다. 차가운 증언과 분노, 따뜻한 위로까지 교차한 방송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SBS에서 시청자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