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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인용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아요. 마음 편히 하세요.
#연말영화 #5

콘돌의 사흘 (Three Days of the Condor, 1975)

이 영화가 크리스마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시각적으로는 크리스마스 티를 별로 내지 않죠. 오히려 극 중 대사처럼 가을도 겨울도 아닌 쌀쌀하고 황량한 11월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여기저기서 슬쩍 크리스마스 음악을 흘려 넣어 귀를 간지럽히더니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려 단숨에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영화로 자리매김합니다.
December 7, 2025 at 8:47 AM
구로사와 기요시가 평소 즐겨 거론하는 액션 감독은 리처드 플라이셔, 돈 시겔, 샘 페킨파 등인데, 사실 〈클라우드〉의 총격전을 보며 제가 떠올린 건 하워드 혹스였어요. 명료한 공간과 동선 속에 이루어지는 팀플레이를 다룬다는 점에서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3, 14일에 있을 대담을 보러 갈 수 있다면 특히 이 점을 질문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네요.

아, 액션 연출보다도 설정상 샘 페킨파의 〈지푸라기 개〉가 떠오르는 측면은 있었어요.
December 6, 2025 at 1:29 PM
구로사와 기요시의 주식충... 아니, 되팔이... 아니, 자본주의자는 지옥에 간... 아니, 〈클라우드〉, 엄청 재밌더라고요.

개인이 통제하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형체 없이 무책임하게 확산되는 현대 사회의 관계 · 자본주의가 유발하는 피해와 죄책감과 비인간화라는 주제를 전에 없이 대놓고 때려박는 액션 스릴러!

시네필들이 '뤼미에르의 〈공장의 출구〉는 박력 넘치는 액션 영화죠'라고 말할 때의 그런 액션 영화가 아니라, 정말로 '으아아아 나도 총싸움 찍을래애애!!!' 하면서 만든 티가 팍팍 나는 액션 스릴러였어요.
December 6, 2025 at 1:17 PM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각본가 벤 헥트가 1954년에 발표한 자서전 『세기의 아이(A Child of the Century)』에서 인용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제작자 데이비드 O. 셀즈닉의 말:

"할리우드는 이집트 같아요. 무너져가는 피라미드로 가득하지요. 예전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겁니다. 그저 계속 허물어지고 허물어지다 결국 바람이 불어와 마지막 남은 스튜디오 소품을 모래 위로 흩어버리겠지요."
December 6, 2025 at 2:15 AM
#연말영화 #4

난 당신을 볼 거예요 (I'll Be Seeing You, 1944)

과실치사로 징역을 살다 크리스마스 귀휴를 받은 모범수와 태평양 전선에서 부상을 입고 귀국해 PTSD에 시달리는 참전 군인이 기차에서 만납니다.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이었지만 전후를 근심하기 시작하던 시절의 미국에서 나온 〈만추〉! 뮤지컬이 아닌 그늘진 영화에 나온 진저 로저스 보는 걸 좋아하는 제게는 나름 각별한 작품이에요.
December 5, 2025 at 1:50 PM
#연말영화 #3

용호풍운 (龍虎風雲, 1987)

크리스마스 영화라는 것 외에 새로 복원도 됐고 최근 쿠엔틴 타란티노가 〈헝거 게임〉은 〈배틀 로얄〉 표절작이라는 새삼스러운 헛소리를 했다기에 〈저수지의 개들〉 생각도 나서 다시 봤죠. 주윤발도 주윤발인데 이수현 캐릭터가 참 좋아요. 이야기의 시점과 얼개를 따지면 주윤발과 손월, 오가려의 관계가 더 중요하고 안타깝지 이수현과는 깊은 유대감이 생길 여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후반부에 한두 장면만으로 이수현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면서 확 두 남자를 연결해 결말의 비애를 설득해 내지요.
December 5, 2025 at 10:55 AM
74. 극도공포대극장 우두 (極道恐怖大劇場 牛頭, 2003)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죠. 줄거리를 요약할 수 없기로 명성이 자자하기 때문에 굳이 정보를 알아볼 마음도 없어요. 아이카와 쇼가 야쿠자로 나오는 괴상망측한 영화라니 그걸로 됐지 뭐. 사실 정말 보려면 지금도 유튜브에서 360p에 영어 자막으로 볼 수는 있고, 그런다고 감흥이 줄어들 영화가 아니리라는 확신도 있는데요, 그래도 제 기질에는 맞지 않아서. 인기 있는 영화니까 기다리면 언젠가는 마주칠 날이 오겠지요.
December 5, 2025 at 4:32 AM
바바라 스탠윅 팬인 저는 듀나의 저 두 글 때문에 〈벌레스크의 여인〉을 애타게 보고 싶어 했는데,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껏 연이 닿지 않았어요. 퍼블릭 도메인으로 빠지면서 VHS며 DVD는 여럿 나왔다지만 퍼블릭 도메인인 만큼 화질도 엉망이고 영어 자막도 없다고 해서 꺼렸던 탓이죠.

하지만 기다림도 얼마 후면 끝납니다. 마침내 다음 주에 미국에서 영어 자막 달린 복원판 블루레이 출시 예정!
December 4, 2025 at 1:47 PM
파운드 푸티지/모큐멘터리 호러를 늘 멀리하다가 최근에야 조금씩 보는데, 이 방면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먼고 호수〉는 정말 좋더라고요. 엄청 무서우려나 하고 봤다가 상실을 다룬 가족 드라마에 얻어맞았죠. 파운드 푸티지 장르가 주는 막연하게 현대적인 인상과는 정반대로 무척 예스러운 유령 이야기라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고요. 왜 옛날 심령사진 모음으로 시작하나 했더니 사진과 저해상도 동영상을 확대해서 픽셀 얼룩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여기 이 부분... 뭔가 있지 않아?' 하는 식이더라고요. 무지 고풍스럽죠.
December 4, 2025 at 1:19 PM
#연말영화 #2

기차에 탄 숙녀 (Lady on a Train, 1945)

필름 누아르래서 봤는데 40년대 필름 누아르라기보다는 30년대풍 혼성 장르(혹은 장르 미분화) 영화였어요. 기차 창밖으로 살인을 목격한 부잣집 아가씨의 활약상을 그린 아마추어 탐정 미스터리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주연 디애나 더빈은 30년대에 뮤지컬 영화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우인데 40년대에는 나름 연기 폭을 넓히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살인 미스터리에서조차 노래를 세 곡이나 부르더라니까요. 물론 저야 좋았지만요.
December 4, 2025 at 12:01 PM
#연말영화 #1

더티 플레이 (Play Dirty, 2025)

누가 셰인 블랙 영화 아니랄까 봐 배경이 크리스마스였어요. 듣던 대로 예고편보다는 한결 낫더라고요. 마크 월버그의 타성적인 연기나 대형 액션 세트 피스의 조잡한 CG 등 못내 아쉬운 부분이 많고, 역시 파커 영화가 아니라 도트문더 영화여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8, 90년대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리듬이 느껴져 반가웠어요. 똑같은 각본으로 삼십여 년 전 할리우드에서 만들었더라면 지금쯤 마이너 클래식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었을 텐데.
December 4, 2025 at 12:00 PM
마틴 스콜세지 딸과 스티븐 스필버그 아들이 함께 출연한 크리스마스 영화가 있다니.
December 4, 2025 at 12:28 AM
73. 위험의 대가 (Le Prix du Danger, 1983)

『러닝맨』보다 이십사 년 먼저 인간 사냥 리얼리티 TV쇼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로버트 셰클리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유고슬라비아 합작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이브 부아세는 몇 년 뒤 아놀드 슈워제네거 버전 〈러닝맨〉이 나오자 20세기폭스를 상대로 표절 소송을 걸어서 승소했어요. 1987년 판 〈러닝맨〉은 스티븐 킹의 소설보다 영화 〈위험의 대가〉와 유사하다는 얘기죠. 제작 초기에 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고 보낸 각본이 유출됐다나 봐요.
December 4, 2025 at 12:12 AM
72. 밀짚 머리 파니 (Fanny Pelopaja, 1984)

얼마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한 〈피 묻은 신부〉의 비센테 아란다 감독이 만든 다른 영화들을 더 보고 싶어요. 1964년부터 2009년까지 꾸준히 활동하며 스물 몇 편의 영화를 남긴 유명 인기 감독이라는데 〈피 묻은 신부〉 외에는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새삼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중 〈밀짚 머리 파니〉를 고른 건 순전히 제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최신 에피소드에서 언급되었기 때문이에요. 억울한 일을 당한 금발 여자의 복수 + 강탈극이라는데 관심이 안 갈 리가.
December 3, 2025 at 12:10 AM
구픽에서 12월 출간 예정인 존 스칼지 소설 『괴수보존협회』 표지.
December 2, 2025 at 6:50 AM
그러다 최근 포트나이트 측에서 캐릭터 라이센스 취득 건으로 타란티노를 만난 자리에서 이 캐릭터들을 활용해 8분에서 12분 정도 길이로 뭔가 할 만한 게 없겠느냐고 의견을 구했고, 그 결과 '유키의 복수'를, 비록 실사는 아니더라도,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지요.

공개 시점은 아마 며칠 뒤 있을 〈킬 빌〉 통합판 미국 개봉에 맞췄을 테고, 최초 공개는 당연하다는 듯 미국 L.A.에 있는 타란티노 소유의 영화관 비스타 시어터에서.

포트나이트가 12세 이용가 게임이라서 언어 및 폭력 묘사 괜찮을까 했는데 멋지게 나왔네요.
December 2, 2025 at 4:21 AM
71. 결투자들 (The Duellists, 1977)

얼마 전 88세가 된 리들리 스콧의 장편 데뷔작이지요. 조셉 콘래드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대극. 공개 당시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 데뷔작으로 선정됐고, 아직도 리들리 스콧의 최고작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고. 검술 묘사가 그렇게 훌륭하다던데요. DVD가 한국에 정식 출시된 바 있어서 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스크린샷이며 예고편만 봐도 이 년 앞서 나온 〈배리 린든〉과 유사한 영상미를 추구한 티가 나는 영화라서 좀 더 복원을 기다려 보려고요.
December 2, 2025 at 12:29 AM
70. 실록 연합적군: 아사마 산장의 도정 (実録・連合赤軍 あさま山荘への道程, 2007)

2008년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몇몇 친구들이 그해 내내 정말 무시무시했다고 혀를 내두르던 것을 아직도 기억해요. 이뿐만 아니라 와카마츠 코지 영화를 좀 보고 싶은데 아직은 연이 닿지 않았네요. 최근 영국 물리 매체 출시사 래디언스에서 오시마 나기사 영화 일곱 편을 묶어 박스 세트로 선보이면서 "Radical Japan"라는 시리즈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으니 그쪽에서 뭔가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December 1, 2025 at 12:26 AM
69. 부드럽게 내 노래는 간청한다 (Leise flehen meine Lieder, 1933) / 미완성 교향곡 (Unfinished Symphony, 1934)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영화관이 있다면 상영하고 싶은 영화 중 하나로 꼽아서 알게 됐죠. 영국-오스트리아 합작인데 독일어판과 영어판이 IMDb에 따로 등록되어 있고 배우와 스태프도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아 〈드라큘라〉 영어판과 스페인어판처럼 같은 각본을 동시에, 하지만 별도로 제작한 모양이에요.
November 30, 2025 at 7:05 AM
〈텍사스 사슬톱 학살〉의 일본 제목은 〈악마의 제물〉이군요? 처음 알았어요. 어째서 저렇게 시시한 제목을? 프랑수아 트뤼포 〈400번의 구타〉의 일본 제목에 대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투덜거림이 문득 떠오르네요.
November 28, 2025 at 7:13 AM
67.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Short Time, 1990)

혈액 검사 샘플이 뒤바뀌는 바람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형사가 가족들에게 거액의 보험금을 남기려고 순직을 목표로 위험한 사건을 맡아 날뛰는 액션 코미디예요. VHS 시절에 나름대로 인기를 얻어서 특히 코미디답지 않게 사나운 7분짜리 자동차 추격 장면은 아직도 이따금 입에 오르내립니다만, 영화 자체는 정식 유통망 안에서는 증발해 버렸어요. 20세기폭스(=디즈니) 배급이니 요즘 보기 어려워진 건 그렇다 쳐도 미국에서 DVD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게 참 이상하죠.
November 28, 2025 at 12:40 AM
#Noirvember #15

소녀와 히아신스 (Flicka och hyacinter, 1950)

자살한 여자의 유품 처리를 부탁받은 이웃집 부부가 여자가 목숨을 끊은 원인을 알아내고자 한다. '아니, 이것은... 스웨덴의 〈시민 케인〉입니까!?' 같은 뻔한 감상을 먼저 떠올린 이 무식한 한국인 감상자를 부디 용서해 주시길. 어쨌거나 무엇을 언제 어떻게 보여주거나 보여주지 말아야 할지 늘 정확하게 확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올해 본 가장 '완벽한' 영화인지도.
November 27, 2025 at 1:28 PM
#Noirvember #14

사기꾼들 (The Grifters, 1990)

저마다 노는 물도, 원하는 바도 다른 세 사기꾼이 연인 · 가족으로 얽힌다. 짐 톰슨의 원작 소설을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가 각색하고 마틴 스콜세지가 제작해 미라맥스가 배급한 이 영화는 짐짓 1990년대 할리우드의 매끈한 기성품으로 착각하기 좋은 쾌활한 표정을 띠고서 이렇다 할 플롯 없이 느슨하게 흘러가는 캐릭터 드라마인 척 감상자를 낚아 어지간한 네오 누아르는 발 들일 엄두도 못 내는 더럽고 매정한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November 27, 2025 at 1:27 PM
#Noirvember #13

추격 (The Chase, 1946)

무일푼인 참전용사가 길에서 주운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었다가 운전기사로 고용된다. 코넬 울리치의 장편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환상적인 도입부를 얻는 대가로 무책임하게 헝클어진 전개를 수습하느라 애를 먹기에 십상인데, 이 영화는 사태를 적당히 정리하는 척하다 한 번 더 무책임한 짓을 저지름으로써 도리어 필름 누아르의 초현실적 악몽 같은 마력을 더 북돋으니, 과연 데이비드 린치를 들먹이며 소개할 만하고 가이 매딘이 열광할 만하다.
November 27, 2025 at 1:27 PM
66. 열세 번째 편지 (The 13th Letter, 1951)

오토 프레민저는 1944년부터 1953년에 걸쳐 다섯 편의 걸작 필름 누아르를 연출했다... 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는데 그 기간에 만든 필름 누아르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어요. 게다가 그게 케나다 퀘벡에서 촬영한, 앙리-조르주 클루조의 〈까마귀〉 리메이크라고!? DVD조차 나온 적 없는 20세기폭스(=디즈니) 영화라서 과연 볼 날이 오려나 모르겠지만요.
November 27, 2025 at 12:08 AM